Ess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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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형태에서 형태의 삶으로
[노재억: 깎아내기 부딪히기 긁히기] / 평촌아트홀 2022.4.28-5.29
안소연
미술비평가
노재억의 ⟪깎아내기 부딪히기 긁히기⟫(2022)는 그가 그동안 해온 작업과의 연속에서 하나의 전환점을 시사하고 있다.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해온 재개발 지역 아카이브 작업은 약 4년 간 자신이 살던 경기도 의왕시 재개발 과정에서 직면한 철거와 일시적인 폐허 상태에 관한 기록에 집중되어 있었다. ⟪내손라주택재개발: 내손동 아카이브⟫(2018), ⟪내손동생활사전: 디지털 아카이브⟫(2019), ⟪내손아카이브: 내손동 이주 사전⟫(2020),⟪내손 기억 기록展⟫(2021) 등을 통해, 노재억은 3인으로 구성된 ‘내손아카이브’ 콜렉티브를 꾸려 철거를 앞두고 폐허가 된 재개발 지역의 장소성을 관찰하며 기록하는 일에 몰두해 왔다.
소외를 내파(內波)하려는 이와 만나다
김현주
독립큐레이터
회화에 주력하는 작가 노재억은 타인이 보기에는 수고롭게, 자신에게는 의미롭게, 여러 물성을 화면에 얹어간다.
“드로잉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과거의 나, 지금의 나, 미래의 나를 연결해 준다.” 무심히 붙인 듯한 여러 메모로부터 그가 고심하는 드로잉에 대해 짐작한다. 두툼한 파일로 철한 드로잉집에는 형상보다 태도가 배어 있었다. 그에게 드로잉은 밑그림이 아니다. 그림을 위한 기본 형상을 잡는 걸 드로잉이라고 한다면 그렇다. 그런데 그에게 드로잉은 밑그림이기도 하다. 규격 없는 캔버스 천이나 지류에서 뻗어 나갈 작업 세계의 근간이다. 누군가에겐 이 드로잉이 흡사 폐지에 가까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 축적으로부터 회화가 파생되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