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t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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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큰도둑> The Father of All Thieves
나는 이 작업에서 이성적인 인간상에서 벗어난 존재를 그린다. 보이지 않는 것의 힘을 믿고 상상의 끈을 끝없이 따라가는 자—세상의 눈으로는 어쩌면 바보에 가까운 존재일지 모른다. 나는 상상력 없이 약삭 빠르고 똑똑한 사람이 되기를 거부하며, 기꺼이 스스로를 바보라 부른다. 길게 늘어지는 상상의 꼬리를 쫓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힘을 믿는 것은 분명 세상의 시선으로는 '바보' 같은 일이다. 나는 기꺼이 그 바보가 되기를 택한다. 이것은 단지 표현의 방식이 아니다. 내 그림에 대한 태도이자 삶의 방식이다. 그리하여 나는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한다. "우리는 언제 마지막으로 바보가 되어 상상을 믿은 적이 있었는가?"
《최초의 큰도둑》은 그 질문에서 시작된 신화적 회화 시리즈의 첫 장면이다. 하나의 소동에서 출발해 회화적 상상력을 통해 재구성된 이 이야기는, ‘훔침’이라는 행위를 통해 존재와 이미지, 질서와 감각 사이의 낯선 감정을 탐색한다. 여기서 도둑은 물건을 훔치지 않는다. 존재의 빈틈을, 세계의 이면을, 말로 포착되지 않는 감각들을 훔친다. 그래서 ‘도둑’이라 불리지만, 실은 가장 오래된 창조자이자 파괴자다. 나는 이 작업에서 어떤 장면을 완결하는 대신, 어떤 일이 이미 지나간 자리, 그 ‘이후’만이 남은 흔적들을 화면에 붙들어 두려 했다. 그 흔적들은 무언가가 있었던 적도 있고, 어쩌면 아직 오지 않은 것의 그림자일 수도 있다. 도둑은 늘 지나간 자리만 남긴다.
존 밀턴의 <실낙원>을 통한 회화, 회화와 현실의 상관성
<실낙원>에서 선과 악의 지식은 인간이 선악과를 먹은 결과로 세상에 등장한다. 이는 단순히 도덕적 상대주의가 아니라, 선과 악이라는 상반된 개념이 서로를 통해 인식되고 드러나는 상관성을 보여준다. 아담은 악을 경험함으로써 선의 본질을 깨달았다. 이처럼 진리는 고정된 목적지가 아니라, 끝없이 변화하고 충돌하는 여정 속에서 발견된다. 역사 또한 진리를 계시하는 하나의 서사로서, 상반된 가치들의 충돌을 통해 현실을 재구성한다.
<실낙원>의 세계는 신화나 종교의 상징을 넘어서, 결국 현실 그 자체를 비추는 이야기였다. 차별과 평등, 증오와 사랑, 혐오와 호감, 소수자와 다수자 같은 대립된 가치들은 마치 쌍둥이처럼 현실 속에서 함께 움직이며 우리의 삶을 형성한다. 이러한 대립의 구조 속에서 상관성을 발견하고, 이를 재해석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회화 역시 현실의 상관성을 탐구하고 표현하는 또 하나의 세계다. 그래서 나에게 작업이란 결과물만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그 충돌과 긴장, 그리고 탐색의 과정을 살아가는 일이다.
나에게 회화는 단순한 시각적 표현을 넘어 이야기를 통해 동시대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세계이자 삶의 여정을 함께 걸어가는 길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과정이 곧 창작의 과정이다. 그 과정 속에서 본질적인 현대적 딜레마와 감정을 어떻게 풀어내고, 내러티브를 형성하는지가 중요해진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곧 생각하는 과정이며, 생각은 상상으로 이어지고, 상상은 마치 긴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다. 결국, 그림은 그 여행에서 발견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다.
<회화의 정체성과 과정의 중요성>
내가 생각하는 회화의 정체성은 무엇을 표현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다. 그렇기에 회화는 단순히 시각적인 형식에 머물지 않고, 사고와 감각이 결합된 정신적 과정이다. 경험을 통해 사고와 감각이 하나로 엉켜 있을 때, 비로소 충실한 탐구가 가능해진다. 과정은 경험을 동반하며, 이미지는 그 과정의 결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어떠한 경험이 정신적 가치를 부여하는가? 성공과 실패, 덧칠과 제거, 반복과 변화, 풍요와 공허, 조화와 대립, 소멸과 재생, 파멸과 회복 등—회화를 둘러싼 질문들은 끝이 없다. 그리고 이 질문 자체가 지독한 과정이 된다. 회화는 시작과 끝이 명확하지 않다. 캔버스 속으로 뛰어들었다가 다시 밖으로 튕겨 나오듯, 한 점의 그림은 무수한 과정의 흔적을 담고 있다. 이 과정 속에서 나는 회화를 탐구하고, 더 나아가 나 자신과 존재를 탐구한다.
탐구는 특정한 과정을 거친다. 백지에서 출발한 손길은 기록을 남기고, 흔적을 지우고, 다시 겹쳐 쌓아 올린다. 때론 깎아내고, 때론 거칠게 던지고, 때론 문질러 번지게 한다. 긁히고 스며든 흔적들은 단순한 물리적 행위가 아니라, 순간의 의미를 탐구하는 연구가 된다. 반복 속에서 새로운 발견이 이루어지고, 이 반복의 여정이 곧 회화가 단순한 상징을 넘어 동시대 회화의 의미를 확장하는 장치가 된다.
회화는 현실과 유리된 독립적인 세계가 아니다. <실낙원>에서 선과 악이 서로를 통해 의미를 획득하듯, 회화 또한 창조와 파괴, 조화와 대립, 소멸과 재생의 충돌 속에서 의미를 찾는다. 회화는 단순히 사물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는 행위 자체가 곧 질문이 되고, 탐구가 되며, 존재를 발견하는 여정이 된다. 결국, 회화란 무엇을 표현하는가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현실을 탐구하고, 사고와 감각을 결합하며, 의미를 만들어가는가에 대한 과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과 마주하며, 회화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방식을 발견하게 된다.
Sharpen, Bump, and Scratch
15x50(mm)x30ea_Mixed media_2022
Interested in the form of nature where the traces of human are left behind, the shapes and languages of the neglected, and the big and small daily lives are focused. Detecting, collecting, and expressing forms containing dignity, resistance, and the will to survive.
Desperate forms are found in everyday spaces as well as mainly disappearing redevelopment sites. The reason for paying attention to this form was not limited to the social and productive issues of the time, but rather, if you observe closely from the very trivial and the neglected, you will find the most essential moment. This is to bring together the various pieces selected to shape them and make them earnestly than the essence. To do so, finding ingredients with my own hands, touching the ingredients obtained from nature, and experiencing them directly whether they are rough or warm is the basic posture for me to carry out my work.
The action of sharpening, bumping, and scratching the collected objects is a device of continuously expressing in an unfamiliar way. Collected objects collect images of desperate conditions. Objects with the structure of a house, such as old doors, windows, wallpaper, and floorboards, are used like canvases, crushed rock and fragments of porcelain are dismantled and used, and various other materials given in nature are used.
The collected material is reprocessed several times and layered on a canvas or object. Also, various breaking actions are carried out to find and describe the forms of collisions, cracks, and resistance accumulated therein. this process is my way of existence of painting that pursues repetitive and refined expressions to capture timeliness.
The materials of the artwork are memories and records. The emotions that I felt by writing down the thoughts that came to mind while tracing me memory are left in color, and the moment of the process is left in sha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