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의 배경에는 동양 신화 속 거인 '반고'의 이미지가 겹쳐 있다. 반고는 죽으며 스스로의 몸을 해체해 세계를 만든다. 숨결은 바람과 구름이 되고, 눈은 해와 달이 되며, 뼈와 피는 산과 강이 된다. 그는 자신을 비움으로써 세계를 채운다. 《최초의 큰도둑》은 이 이야기를 거꾸로 뒤집는다. 이 도둑은 무엇인가를 주는 것이 아니라, 빼앗음으로써 채운다. 하지만 훔치는 대상은 실체가 아니다. 의미, 구조, 관계, 형상 너머의 ‘가능성’ 같은 것들이다. 그는 세계의 가장자리를 떠돌며 틈을 찾아내고, 그 자리에 ‘채워진듯한 비움’을 남긴다. 도둑이 훔치고 간 흔적은 잠시 무언가로 가득 찬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채움은 결코 완성되지 않는다. 결국 그 자리는 다시 비움으로 되돌아간다.
신화 시리즈는 '늙은 폭군', '신비한 춤', '상아탑', '연인, 거인, 시인의 무덤' 등의 상징어휘를 중심으로 구축되며, 이들은 모두 사회적 감정과 인간 내면의 충돌을 의인화환 상징적 이미지로 구현된다. 신화 작업의 지향점은 회화가 단순한 이미지의 집합이 아니라, 서사적 사건을 구성하고 시각적 긴장을 생성하는 힘에 있다는 믿음이다. 이야기들은 갈등, 혐오, 권력 구조, 모방, 억압, 본능, 고립 등의 현대적 딜레마를 각각의 장면 안에서 시각화한다. 예를 들어,